“일하던 사람들은 그냥 못 있어요. 퇴직 후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될 수 있는 한 계속 일하는 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참가자 유미옥(61) 씨)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유씨처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구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람회가 개막한 전날과 다름 없는 인파였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은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공동 주관했다. 지난해와 달리 이틀로 확대해 진행됐으며 양일간 사전등록자 2590명, 현장등록자 1963명 등 총 4553명의 중장년 구직자가 현장을 찾았다.
채용 규모 확대…중장년 구직 문 넓힌 기업들
이번 박람회에는 총 121개 기업이 참여해 지난해(71개)보다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현대홈쇼핑, LG하이케어솔루션, 쿠팡풀필먼트, 롯데GRS 등 기업은 총 1600여 명의 중장년 채용을 목표로 상담 및 면접을 진행했다. 재단 관계자는 “단순 노무에 머물렀던 기존 중장년 일자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직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참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다양한 직군의 중장년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해외 파견 인재 채용을 위해 참가한 캐서린 스미스 국경없는의사회 인사국 매니저는 “나이지리아, 남수단,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의료, 인사, 재무, 물류 분야에 국제적으로 진출할 중장년 인재를 찾고 있다”며 “일반적인 파견 기간은 6개월이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고려해 업무 중간 임시 휴가를 내는 형태의 유연 근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적 지원 활동에 관심이 있는 중장년 중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구직자도 모집 중”이라고 덧붙였다.
참가 기업들은 중장년층의 강점으로 풍부한 실무 경험과 책임감을 꼽았다. 고객 소통 업무를 담당할 중장년을 모집하기 위해 참가한 이자영 효성ITX 인재채용팀 대리는 “중장년층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임감과 높은 직업 의식을 갖고 계신 점이 특징”이라며 “추후에도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해 우수한 인재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디지털 전환 대응…맞춤형 컨설팅도 제공
신청부터 참여까지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번 박람회는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는 고용 환경에 맞춰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대거 도입했다. 입구 곳곳에는 상담 신청과 박람회 안내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부착돼 있었으며, 기업별 상세 모집 요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키오스크도 마련됐다. 특히 최근 채용 시장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영상면접을 모의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됐다.
참가자들 역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광명시에서 현장을 찾은 류모(56) 씨는 “그간 사무직으로 일해 왔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디지털이 업무에 필수라는 걸 느낀다”며 “적응할 필요성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 취업 더 빨리 성공하려면…”
‘내일설계관’에서는 인생 2막의 방향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을 위한 1대 1 맞춤형 컨설팅이 쉴 새 없이 진행됐다. 김성훈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력전환 컨설턴트는 “중장년 구직자 중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새로운 인생 설계와 경력 목표 설정을 함께 돕고 있다”며 “참가자에게 맞는 기업을 추천하고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면접 코칭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장년 구직자들이 생계형인 경우가 많고 가족 부양 등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며 “평균 구직 기간이 1년 반에 달하지만 자기 인식을 일찍 바꾼 분들이 더 빨리 취업에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오는 9월까지 남·중·동·북·서부 등 5개 권역별로 중장년 채용 박람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강명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올해 박람회를 통한 채용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라며 “디지털 구인·구직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중장년층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도 주체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사회와 다시 연결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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